혜성칼국수는 저의 인생 칼국수입니다. 여태껏 이것보다 맛있는 멸치 칼국수는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혜성칼국수는 50년 전통의 가족 운영 식당입니다. 식당의 구성원들은 제가 다녔던 20년 동안 변함없이 본인의 역할과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이것이 몇 십년 동안 변함없는 맛의 유지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학생때 처음 혜성칼국수를 접하고 입맛이 살아났습니다. 혜성칼국수의 멸치 국물은 죽어있던 미각에 인공호흡을 불어넣었습니다. 저는 입이 짧아 밥을 잘 안 먹어서 어른들이 떠먹여야 겨우 먹던 초등학생이었는데 혜성 칼국수는 스스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국물
뜨겁고 걸쭉하고 끈적한 멸치 국물은 20년이 지나도 변함 없는 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단 국물이 진~해 색이 불투명합니다. 마치 멸치 100마리를 물 한 방울에 갈아 넣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국물에서 느껴지는 후추의 향이 너무 좋습니다. 누군가는 라면 맛이 난다고 하지만 이것은 라면의 조미료 같은 맛이 아닙니다. 혜성칼국수의 국물 맛을 '진짜' 라고 한다면 라면 스프는 그 진짜의 맛을 화학적인 감미료로 흉내 낸 가짜인 것일 뿐입니다.
면
혜성 칼국수는 국물만이 최고라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면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이것은 그냥 밀가루 면이 아닙니다. 색깔도 하얗지 않고 식감도 뭔가가 다릅니다. 면 반죽의 비결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일반 하얀 밀가루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밀가루의 종류가 다르거나, 밀가루 외 다른 가루가 섞인것 같기도 하고.. 숙성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것인지.. 암튼 맛있습니다.
일단 혜성칼국수의 면은 단면이 두껍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물의 감칠맛이 면에 배어있습니다. 식감은 뚝뚝 끊어지는 면이 아닌 꼬들꼬들함과 쫠긧함을 갖고 있습니다. 푹 퍼진 면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바로 건져먹지 마시고 1~3분 정도 레스팅 시켜 먹으면 부드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칼로 썰은 면은 모양도 제각각 입니다. 손 칼국수라는 것을 증명하는것이지요. 국수를 젓가락 가득 집어 앞 그릇에 옮겨 담아 한 김 식히고, 입안으로 후루룩 빨아 들입니다. 양 볼 볼록하게 입안에 담아 우걱우걱 씹어먹으면 어나더 레벨의 칼국수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곱배기
여전히 입이 짧은 사람이지만 혜성 칼국수 만큼은 곱배기로 먹습니다. 곱배기로 주문을하면 반 그릇 곱배기인지 한 그릇 곱배기인지 물어보십니다. 둘이서 한 그릇으로 주문하니 한그릇이 더 나옵니다. 푸짐합니다. 가격 추가도 없습니다.
김치
아쉽게도 최근 김치의 맛은 살짝 변하였습니다. 변한 김치의 맛도 맛있지만 옛날 김치에서 느껴지던 숙성된 마늘의 맛이 사라지니 혜성칼국수 김치만의 특색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옛날 김치는 숙성된 마늘 향이 강하게 나면서 달달한 맛이 나는 김치였습니다. 그 맛은 칼국수와 환상의 조합이었습니다. 김치를 거의 다 먹어갈때 쯤이면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김치를 채워주십니다. 흐름이 끊이지 않아 너무 좋습니다.
다진 양념(다대기)
다진양념도 빠질 수가 없습니다. 혜성칼국수의 장점은 마늘의 숙성도 입니다. 예전 김치도 마찬가지였지만, 숙성된 마늘의 맛은 참 맛있습니다. 저는 다진 양념을 절대 칼국수 국물에 풀지 않습니다. 오리지날 국물을 지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직 앞 그릇에다가 면과 국물을 덜고 양념을 올려 비벼 먹습니다. 숙성된 양념장이 추가되면 그 맛 또한 일품입니다. 이렇게 나눠서 먹으면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언제나 바닥까지 싹싹 비웁니다.
가격은 닭.멸치 모두 8천원 입니다.
포스팅하면서 사진을 보니 또 먹고싶어지네요.
조만간 다시 방문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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